여느때와 다름없이 목욕을 시키고 안방에서 재운 저녁이었다. 평소와 다른 것이 있었다면 분유를 많이 먹고 트름을 살짝만 해, 어른침대 위에 역류방지쿠션를 올려두고 그 위에 아기를 눕혀놓았던 것.
침대 높이만 50센치정도 되니까 쿠션까지 하면 60~70센치 되는 높이였을 것이다.

집으로 오는 중이라는 남편과 통화를 마치고, 집 정리를 하려는에 갑자기 둔탁한 쿵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찰나에 설마 아기가 떨어진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안방 문을 열었는데 아기가 바닥에 고꾸라진 채로 떨어져 있었다.
순간 너무 놀라고 어쩔 줄을 몰라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안아 세웠던 것 같다. 아이가 뒤집어진 채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장면이 너무 충격이었고.. 지금까지도 계속 떨어지는 소리와 그 모습이 떠올라 괴롭다.
아이는 곤히 자고 있었는지 안아 세워 달래자 두어번 앵 하고 울더니 울음소리가 점차 잦아들며 다시 잠이 들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남편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냥 울음만 났던 것 같다.
남편이 아기 상태를 보라고 해서 매트에 뉘여놓고 이리자리 살펴봤다. 턱에 살짝 찢어진 상처 말고는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깊게 자고 있었는지 바닥에 내려놓고 이리저리 살펴보는데도 아이는 잘 자고 있었다.
응급실에 가보기로 하고, 기저귀와 간단한 짐을 챙겨 아기띠를 하고 1층에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을 기다리는데 길거리에서 나도 모르게 엉엉 울었다.
자꾸 그 장면이 떠오르고...아이한테 무슨 문제가 생겼으먼 어쩌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막막했다.
응급실에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보호자 1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해 내가 아기를 데리고 들어갔다.
의사선생님이 와 외상이 있는지 체크를 했다. 다행히 턱 상처 말고는 없었다. 눈도 체크하고 머리 뼈도 만져보고 옷을 벗겨 멍들거나 상처난 곳이 없나 확인했다.
그러는 사이 도윤이가 잠에서 깼는데, 낯선 곳인데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기가 어디지 살펴보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여기저기 체크를 하는데 배시시 웃기까지 했다.
외적인 상처는 없었지만 CT와 엑스레이를 찍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 우선 진정제를 먹인 후 CT를 찍기로 했다.
주사기로 시럽같은 약을 담아서 보호자인 내가 먹이도록 안내해줬는데, 약이 쓰기 때문에 아이가 싫어할 거라고 힜다.
역시나 주사기로 약을 조금 밀어넣자 맛이 이상한지 울락말락 하는 표정이었다. 조금씩 달래가며 약을 겨우 다 먹였는데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내가 잘못해서 이 고생을 시키나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진정제를 먹은 후 아기가 잠들었고, CT촬영과 엑스레이촬영을 했다. CT촬영을 하는데 그 작은 몸이 담요같은 걸로 감싸져 커다란 기계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니 아 정말..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엑스레이 촬영은 더했다. 차가운 바닥에 눕히니 아기가 잠에서 깼고, 움직이지 않도록 나와 촬영기사가 붙잡고 있어야 했는데 아기가 너무너무 힘들어했다.
울고불고, 얌전한 아이인데 악을 쓰며 우니까 너무 보기가 힘들었고 이런 고생을 시키는 엄마라 너무너무 미안했다.
CT촬영 후 아기가 깨는 걸 확인하고 귀가할 수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깨워도 깨지 않아 그냥 데리고 왔다. 안깨니까 더 불안했다.
집으로 온 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새벽이지만 엄마한테 전화해서 울고, 그럴 수 있다는 위로를 받고서야 잠이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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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 지난 지금, 도윤이는 큰 이상 없이 잘 지낸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다른 포스팅을 쓸 예정)
외상이나 구토같은 증상도 전혀 없고 평소와 다르지 않게 건강하게 지내는 중이다.
변한 것이 있다면 모든 육아활동을 바닥에서 한다는 것.
바구니 형태의 아기침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다. 기저귀갈이대 마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중이다. 허리와 손목이 좀 아프긴 하지만 마음이 불안한 것보단 낫다.
그리고 평상시는 물론 아기가 잠든 후에도 방문을 열고 자주 들여다 보고 있다. 도윤이가 떨어진 날, 재우고 나서 한번이라도 들여다봤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육퇴를 했다는 기쁨(?)에 젖어 한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아기한테 어떤 일이 생기는 건 순간이라는 걸 겪고나서는 한번씩 잘 자나, 숨은 잘 쉬나ㅎㅎ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다.
도윤이가 떨어진 이후에도 두어번 아기를 떨어뜨거나 놓치는 꿈을 꾸었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아기를 놓칠 것 같은 불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불안해서 그런 거겠지. 더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모든 케이스가 같을 수는 없지만, 불안한 마음에 미친듯이 검색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비슷한 일을 겪은 분들이 있을까 싶어 글을 남겨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