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이 아침 6시반 기상
오트밀에 퓨레랑 요거트 섞어주고 고구마 한 개 찜기그릇에 넣어 전자레인지로 후딱 쪄서 아침으로 줌
고구마 잘 안먹음. 맛있는데..
자꾸 집어서 바닥으로 던진다.
전날 머리를 못감아서 남편 8시반쯤 깨워 머리를 감았다.
머리 말리기도 전에 다시 바톤터치.
남편 출근하고 도윤이랑 놀아주기.
아침이라 이것저것 재밌게 잘 논다.
속이 계속 안좋아 인스턴트나 바깥음식은 먹기 싫어서 귀찮지만 북엇국을 끓였다.
북어 잘라 넣고 들기름 넣고 물만 부어 한참 끓이면 되는데, 불 올려놓고 도윤이랑 놀아주면 될 거 같은데 그 사이를 못참는 아들.
내가 주방에 있으니까 도윤이도 주방에서 떠나질 않는다. 자꾸 자기를 안고 여기저기 다니라고 함.
물붓고 불을 켜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국만 끓여 밥말아 먹는데 도윤이가 또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혼자서 놀다가도 한번씩 와서 안전문 붙들고 칭얼칭얼. 밥 다 먹을 때까지 다섯번은 일어선 거 같다.
마지막 한 숟갈은 차가운 북엇국이었음 ㅎㅎ
아침부터 이러니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지(견딜지) 두려워지기 시작함.
10시반쯤 도윤이가 잠들었다.
나도 대충 치우고 누워서 핸드폰 좀 하다가 잠듦.
길면 세시간까지도 자는데 오늘은 어째 한시간반 정도 자고 일어났다. 쪽쪽이 물려주고 더자라 더자라 주문을 걸어보지만 실패. 자꾸 에어컨리모컨 갖겠다고 찡얼거려서 나도 버럭 화를 냈다.
평소에 리모컨 갖고놀아도 특별히 제지하지 않고 놀게 해주는데 이때는 보채는 게 너무 심해서인지 나도 짜증이 확 났다. 너 마음대로 해! 하고 주방으로 나와버림. 이때 느껴지는 죄책감이 제일 싫다..
리모컨을 획득한 도윤이는 잠시 가지고 놀다가 버리고 또 주방으로 따라들어옴. 주방에서 한참 놀다가 떡뻥봉지 발견해서 또 몇개 꺼내주고..

점심 차려줘야하니까 슬슬 요리를 해야하는데 이놈이 또 가만놔두질 않는다. 업어준다고 해도 앞으로 안으라고 함 ㅋㅋ 엉엉엉 징징징
어제 차려주었으나 외면받은 버섯볶음과 콩가루묻힌두부를 잘게 잘라 볶음밥을 만들었다. 이렇게라도 잔반을 처리해야지.
반찬은 배추나물과 계란찜.
별것아니어보여도 다차리니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점심도 어김없이 외면받음.
밥은 100ml도 안먹은 거 같고 잘먹던 배추나물도 안먹는다. 계란찜은 밥에섞어주니까 좀 먹긴 했지만 먹은 밥양이 원체 적어 얼마나 먹었나 모르겠다.
킹받는 건 잘먹으나 안먹으나 뒷처리는 똑같이 힘들다는 거다. 아우진짜..내자식이지만 오늘 점심은 기운이 쭉빠지고 힘들었다.

그래도 치워야지 별 수 있나.
치우고 애 씻기고 옷갈아입히고나니 두시가 넘었다.
나도 뭐좀 먹으려고 시어머니가 주신 LA갈비 구움
맛있었다 헤헤
세시 네시까지 어떻게 보냈는지 오늘일인데도 기억이 안난다. 산책 좀 나갈까 싶은데 비가 오락가락해서 일단 집에서 삐대고있었다.
책도 읽어주고 안방에서 놀아주고 서재방에서 놀아주고 자기방에서 놀아주고..
다른 엄마들처럼 뭘 좀 해줘야되나 싶은데 그럴 정신도 체력도 없다. 요즘같아선 밥차려주는 것만도 힘듦.
자기마음에 안들면 엉엉 울고 칭얼거리고.
말도 못하면서 안고 여기가라 저기가라 의사표현은 기가막히게 잘한다. 다 알아듣겠는게 신기하다.
점점 자기주장이 명확해지고 고집도 세지는 요즘인 것 같다.

안방에서 놀면서 서랍에서 내 옷을 죄 꺼내 흐트려뜨려놓고, 청소하니까 따라와서 청소기붙들고 달라고 하고, 설거지통은 엉망인데 식세기 열면 바로 달려오니 정리도 못하고.
집이 완전 엉망인데 어디하나 손을 못대고 정리도 찔끔찔끔할 수밖에 없으니 이게 나한테는 너무 스트레스다.
청소기 싹 밀고, 그릇정리 다 하고, 서랍에 옷들 다 넣어놓고 싶은데 청소찔끔, 설거지 찔끔, 바닥에 옷은 그대로..
집이 계속 더러워보이니 마음도 어수선하고 심난하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나는 것 같아 지저분한 집을 뒤로하고 산책을 나갔다. 어제 안나가서인지 도윤이도 산책에 매우 협조적이었음ㅎㅎ
스벅에서 달달한 거 하나 사고 노브랜드에서 몇개 사서 돌아왔다.
잠깐 나갔다 온 거지만 나름 기분전환이 됐는지 지저분한 집을 봐도 뭐 그렇게 짜증이 나진 않았다. 후딱 보이는 것만 얼른 치웠다.
저녁식사시간.
소고기이유식 만들어 둔 거에 당근 갈아 당근전을 해줬다. 당근은 어지간하면 잘먹으니까 이번에는 과연..?
저녁은 왠일인지 밥도 잘먹고 당근전도 꽤 먹었다!
적어도 뱉거나 집어던지지 않아서 기뻤음 ㅠㅠ
목욕시키고, 분유 좀 더 먹이고 약먹이고 양치시키면 잘 준비 끝!
요즘 업혀서 안자려고 해서 그냥 둘이 뒹굴뒹굴하다가 잠드는데 오늘은 좀 오래걸렸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혼자서 깔깔깔.
내 얼굴 보고도 꺄르륵.
엄마 얼굴이 웃기니..?
한시간을 그렇게 뒹굴면서 놀다가 잠든 도윤이.
재우고 나오니 9시다. 남편도 이쯤 퇴근함.
어제 시켜먹고 남은 죽을 데워먹고
도윤이 돌이라고 직장동료가 보내준 케이크 한조각 먹음.
내가 좋아하는 크레이프케익이다. 엄청 맛있었음.

젖병 설거지하고, 냉장고 정리하고 설거지하고,
얼마전에 사둔 냉동굴비 손질해서 넣어놓고
남은 것들 정리하니 11시반이다.
오늘따라 어깨랑 목이 너무 아프다.
낮에는 너무 심해 두통까지 왔다.
병원을 가야되나..
내일은 도윤이 밥 뭐해주지.
뭘해줄지도 고민이고 잘먹어줄지도 고민이다.
한가지 고민이 더 있다.
내일 시어머니 오시는 날이니까 밥 뭐해먹을지도 생각해놔야겠다.
생각나는대로 쓴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