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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먹는 게 고민

코찔찔이 도윤이


열흘째 진행중인 파라바이러스.
콧물과 기침이 끝날듯 안끝나고 아침엔 괜찮은듯 하더니 어느순간 또 줄줄줄이다.
덕분에 지난주는 어린이집에 못가고 내내 집에 있었다.
잘하면 이번주 중반부터 갈 수 있으려나 싶다.

왜 어린이집 보내다가 가정보육 하면 힘들다고 하는지 알겠다ㅠ
안그래도 도윤이 먹는 게 들쑥날쑥하던 요즘이어서 하루 세 끼를 챙기는 게 조금 더 버거웠다.
기껏 만들어줘도 던지고 버리고..
못쉬면서 만들었는데 그러니 정말 화가 난다.
점점 나아지겠지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스리지만 그 순간에는 울컥한다.
그래도 도윤이한테 크게 화내지않고 묵묵히 치운 나 잘했다ㅠㅠ 화를 못이기고 뭐라고 했으면 분명 후회했을 거다. 그 기분이 더 싫어서 겨우겨우 화를 억눌렀다.

낮잠도 어린이집 다니기 전처럼 하루 두번 또는 한번으로 들쑥날쑥해졌다. 이건 그냥 몸이 아프니 잠이 늘었겠거니 싶어서 자고싶은 대로 내버려두고 깨우거나 하지 않았다.

도윤이와 집에서 부대끼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끼니는 대충 때우고 있다. 마음은 제대로 차려먹고 싶은데 체력과 시간이 안도와준다.
아침에도 따뜻한 국이 먹고싶어서 육수를 끓이는데 도윤이가 금방 매달려서 결국 빵하나 먹고 말았다.
점심은 지쳐서 라면으로 때웠다.
저녁은 그나마 어제 엄마집에서 먹고 남은 양고기탕(?)을 얼른 데워서 후다닥 먹었다. 도윤이꺼 만들고 남은 흰자로 계란후라이도 했는데 도윤이가 계속 보채고 식탁의자에 올라오고 해서 쑤셔넣었더니 목이 막혔다.
이렇게 먹기 싫어서 원래는 도윤이 8~9시쯤 재우고 나서 편하게 먹는데, 그러다보니 너무 늦은 저녁이 되고 과식까지 하게 되는 것 같아 일부러 일찍 차려먹었다.

배달은 메뉴도 마땅치않고 돈도 그렇고..
이번처럼 힘들 땐 반찬가게에서 밑반찬이랑 국을 좀 주문할 걸 그랬다.
그리고 후딱 데워먹을 수 있는 걸 좀 사놔야겠다. 틈틈이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이나 간식도...

힘드니까 대충 먹게 되고 그러니까 더 힘이 안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다.
원래 일주일에 한번 어머님 오시면 반강제(?)로 몇가지 음식을 하고, 그걸로 며칠 나도 좀 먹고 그랬는데..
이번엔 그것조차 할 기운이 없다ㅠ 뭐해먹을지 생각도 안해놨다.

평소에 음식을 도윤이 것 말고는 거의 안하니까 집에 반찬이나 먹을 게 없는데, 어머님은 항상 "그냥 있는 것 해서 먹자"고 하시니 그 말 또한 늘 스트레스다ㅠ
물론 며느리 생각해서 이것저것 차리지 말라고 하시는 말씀이지만.. 엄마나 어머님처럼 늘 밑반찬이 구비되어있는 집이 아니라 "있는 게" 없다.
그러니 어머님 오시면 뭐라도 만들어야 하고.. 또 해드리면 잘 드시니까 하게 되고.. 도윤이는 안보지만 애음식, 어른음식 하느라 뭔가 비슷하게 힘이 드는? 그런 느낌...암튼 그렇다.
나쁜 며느리 같지만 요즘 좀 힘이 든 건 사실이었다.
지난주는 이런저런 이유로 유난히 힘들었는데, 그냥 잠깐 쉬었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도윤이가 좀 나았으면 좋겠다.
갈수록 장난꾸러기에 엄마 놀리는 재미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지만
자다가 갑자기 엉엉 울 때나, 콩 아야하고 울면서 엄마한테 안기려고 할 때, 잠깐 내가 안보이면 엄마엄마 찾을 때는 정말 너무 작은 아기같다.
그만 아프자 울애기야ㅠ 내일도 체력 탈탈 털어서 맛있는 맘마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