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반집의 승리, 반집의 패배

douner081 2014. 11. 24. 18:56

반집으로 바둑을 지게 되면

이 많은 수들이 다 뭐였나 싶었다.

작은 사활 다툼에서 이겨봤자,

기어이 패싸움을 이겨봤자

결국 지게 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하지만 반집으로라도 이겨보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

이 반집의 승부가 가능하게

상대의 승부에 대항해 살아준 돌들이 고맙고

조금씩이라도 삭감해 들어간 한 수 한 수가 귀하기만 하다.


순간순간의 성실한 최선이

반집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순간을 놓친다는 건

전체를 잃고 패배하는 걸 의미한다.


                                 -미생 中-




그런 기분때문에 더 허무한 것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받은 간단한 탈락 통보가

그 이전까지의 그 많은 과정을

다 뭐였나 싶게 만들기 때문에 허무한 거였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중요한 순간에 얼마나 후회할지 알기에,

'반집'의 차이로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 악물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다.


여태까지 경험상

이 정도 노력, 이 정도 간절함이면

늘 결과도 그에 합당한 응답을 해주었다.

준비과정에서 역시 그런 기대를 품었고

그 기대가 부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내가 알 수 없는, 짐작할 수 없는 이유들로

'NO'라는 대답을 받았다.

그래서 더 허무하고 막막한 것이다.

마땅한 보완책을 떠올릴 수도 없는 것이다.